오늘 삼동산에 갔다가 기라님께서 토속음식을 잘 하는 식당이 있다고 하셔서 조금 시간을
더 내서 봉화 청옥산 근처에 있는 한 음식점을 찾아갔다.

토속음식을 배우는 중이라 사소한 먹을거리일 지라도 새롭거나 특이한 것이 있으면
먼 곳도 달려가는 편이다.
식당은 토속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곳으로 여러가지 볼거리가 가득했다.

이 댁이 콩잎장아찌를 잘 한다고 하여 간 것인데 그것은 못 먹고 그대신 된장에 박은 고추와 깻잎
그리고 곰취장아찌가 나왔다.
음식의 맛이 썩 맛나다 그런것은 아니었지만 약간은 투박하고 옛향취가 물씬 나는 그런맛이었는데,
음식도 음식이었지만 음식점 여기저기에 있는 옛향기 물씬 풍기는 물건들이
옛추억을 하나씩 꺼내게 만들었다.

내가 결혼을 하고도 3년인가 지나서 고향마을 도장골에는 전기가 들어왔다.
그 때까지 댓병에다 석유기름을 받아서 호롱불을 켰었는데.....
엄마는 늘 그 호롱불 옆에서 우리들의 양말을 기우시고
한겨울 실로 뜬 옷의 솔기에 무척이나 많았던 서케를 호롱불에 지지직 지지직 하고
태우기도 하셨고, 잠 자다가 오줌을 누러 일어난 막내동생은 고기냄새가 난다고
코를 킁킁거리기도 했다.

호롱불이 좀 지나고 호야불이 들어 왔는데 바람에 잘 꺼지지 않는 장점이 있기는 하였지만
이 유리를 빼다가 닦아 주어야 했는데 그것은 늘 손이 조그만 내 차지여서 겨울에도
개울에나가 지푸라기로 닦아야만 했다.
엄마가 장에 가셨다가 밤 늦어도 오시지 않던날 호야불을 켜 들고 동생들과 동네 어귀에서
석유가 다 닳도록 기다리던 기억도 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엄마는 그 때 사는게 너무 힘들어서 친정집으로 가 버리시려고
기차를 타고 원주까지 가셨다가 우리들이 눈에 밟히셔서 날이 새자마자 집으로 오셨다고 했다.

그리고 또한 눈길을 끈 것이 있었는데 바로 놋요강이었다.
어릴적에 할머니께서 쓰시던 놋요강이 있었는데 얼마나 크고 무거웠는지....
스텐레스 요강이 나왔을 때 그것을 사 달라고 몇날을 졸랐었다.
그나마 지금은 스테인레스 요강도 그 구실을 잃어버려 산중에 홀로 사시는 할머니댁이나
가야 만날 수 있는 골동품이 되어버렸다.

왼쪽에 있는 것은 약초를 캘 때나 토종꿀을 채취할 때 쓰던 골망테라고 하는데,
할아버지께서 이것을 잘 만드셨다. 느릅나무 껍질이나 싸리나무 껍질을 벗기셔서
속의 채까지는 종다래끼나 광주리를 만드시고 껍질로는 이 골망테를 조그맣게 만들어 약초를 캐러
할머니를 따라 가는 나에게 메어주셨었다.
그 골망테를 보니 각설이타령 중에 나오는 골망테에 관한 타령이 있어 중얼거려 불러 보았다.
<당신이 쪼까 나를 사랑해 주실 양이면~ 핸드빼꾸 사줄라요~
핸드빼꾸 형편없다 골망테가 어떠냐~
싫어 싫어라 나는 싫당케 골망테는 싫어라~>

그런데 이것이 무엇인지 나는 모르겠다.
용도를 잘 아시는분이 계시면 좀 가르쳐 주시길
보기에는 겨울에 신었을 방한화 쯤으로 보이는데....
새끼를 가지고 어찌 저렇게 정교하게 만들었을까 옛날 물건 만들기를 배우는 중인
남편은 그곳에만 눈이 가 있다.

그리고 장농이 없던 시절에 어느집에나 있었고 또 시집을 갈 때 필수로 직접 수를 놓아서 가져 갔던
횃대 보 방한켠 벽에 걸고 그 속에 옷들을 걸어 놓기도 했다.
나도 혼수품으로 이 횃대 보의 수를 놓아서 가져 갔더랬는데
지금은 어떻게 했는지 기억도 나질 않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곤로~
화로불이 무엇을 끓이거나 덥히는 것의 도구였던 촌아이였던 내가 중학교를 가서
자취를 하는 친구집에서 처음 만났던 곤로
정말 획기적인 취사도구여서 내가 돈을 벌면 제일 먼저 엄마에게 사 드려야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었고 정말 그렇게 했다.
하지만 엄마는 거기에 들어가는 석유기름이 아까워서 일년에 한두번이나 그 곤로를 썼을까....
곤로에 끓여 먹던 쫄깃한 라면맛이 그리워진다.

콩잎장아찌를 먹으러 갔다가 그것은 못 먹었지만 나는 오늘 많은 추억을 먹고 왔다.
추억으로 인해 배 부르니 그것이 곧 행복이 되어 내 가슴 깊은 곳에 고이 안겨
기쁨의 노래를 부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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